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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6501315
한자 題詠
영어공식명칭 Composing and Reciting Poetry Whose Subjects were Beautiful Scenery and Traditional Landscapes in Haman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전라북도 무주군
집필자 김영미

[정의]

조선 시대의 문인, 학자들이 전라북도 무주 지역을 소재로 하여 읊은 시.

[개설]

제영(題詠)은 정해진 제목에 따라 읊은 시(詩)를 일컫는데, 일반적으로는 경승지나 유명한 누정, 재실, 사찰 등을 대상으로 그곳의 아름다움이나 그 장소의 의의 등을 읊은 것이 대부분이다. 무주 지역은 덕유산(德裕山)을 중심으로 굽이굽이마다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고, 곳곳마다 감탄이 절로 나올 만한 곳이 많다. 또한 적상산은 산세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전쟁 속에서도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을 보존해 낸 역사적 의의를 간직한 곳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리적 조건으로 무주 지역 수령이나 관찰사, 또는 여행객들은 그 풍치에 감동하여 시를 지어 그것을 후세에 남기는 데 소홀하지 않았다.

[작가와 작품]

무주의 제영시 작가들은 대부분 무주 지역에서 벼슬살이를 하거나 여행객, 또는 무주 출신의 문인들이다. 제영시가 많은 곳으로는 옛날 무주현 관청인 와선당(臥仙堂), 관 누정이었던 무주읍 남대천 변에 위치한 한풍루(寒風樓), 환수정(喚睡亭)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와선당은 고을이 아주 고요하고 백성들이 순박하여 누워서도 다스릴 만하고 산수의 빼어남까지 겸하여 여기에서 수령 노릇한다는 것은 신선이나 다름없다는 의미를 담은 명칭이다. 이곳에 수령이나 여행객으로 다녀간 많은 문인들이 ‘와선당 제영시’를 남겼다. 조선 시대 최고의 학자이자 문인인 택당(澤堂) 이식(李植)[1584~1647],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1653~1722]을 비롯하여 시명이 뛰어났던 희암(希庵) 채팽윤(蔡彭胤)[1669~1731] 등이 시를 남겼다. 그 외에 남태량(南泰良)[1695~1752], 박사한(朴師漢)[1677~?], 이의기, 심능술(沈能述), 김용근(金容根), 서긍보(徐兢輔), 홍배후(洪配厚), 윤성선(尹性善), 홍기주, 민술호(閔述鎬) 등의 시도 남아 있다. 이들 시는, 무주현 백성들이 순박한 풍속을 지니고 있어서 송사가 없고, 적상산을 비롯한 아름다운 경치는 마치 선경인 듯 신선이 사는 세계 같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다음으로, 호남 지방에서 가장 아름답고 시원한 풍치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해서 ‘호남 제일루’라 여긴 한풍루이다. 한풍루는 무주현 관아 앞 적천(赤川)[현 무주 우체국]에 위치하여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따라서 시문에 능한 조선 초기의 성임(成任)[1421~1484]과 유순(柳洵)[1441~1517], 선조 때의 문신 백호(白湖) 임제(林悌)[1549~1587], 조선 후기의 문곡(文谷) 김수항(金壽恒)[1629~1689], 옥오재(玉吾齋) 송상기(宋相琦)[1657~1723], 귀와(歸窩) 유득일(兪得一)[1650~1712], 호곡(壺谷) 남용익(南龍翼)[1628~1692], 청구(淸臞) 임담(林潭)[1596~1652], 노포(老圃) 조명정(趙明鼎)[1709~1779] 등 당대의 명사들이 ‘한풍루 제영시’를 남겼다.

또한 ‘잠을 깨우는 정자’라는 의미의 환수정 역시 시인들이 많이 찾았던 곳이다. 잠을 깨운다는 의미는 시끄러워서 잠이 깬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너무나 고요해서 주변의 온갖 자연의 소리가 맑고 높아지는 것을 강조한 말로 보인다. ‘환수정 제영시’를 쓴 작가들을 보면, 조선 후기의 실학자 척재(惕齋) 이서구(李書九)[1754~1825]를 비롯하여 관찰사 유엄·이해조 외에 이기연, 이노익 등이 있다.

한풍루환수정 제영시의 내용적 특징을 살펴보면 선경 이미지, 예컨대 선학이 내려올 만한 곳, 신선굴, 무릉도원 등으로 표현되었고, 아름다운 산세와 풍류가 가득한 곳임을 공통적으로 읊기도 하였으며, 적상산 사고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도 있다.

한편 서긍보의 「십경시(十景詩)」도 있는데 ‘주계의 봄’, ‘새벽 누각과 나무에 걸린 달’, ‘북고사의 새벽 종’ 등 무주의 열 가지 아름다움을 읊은 시들도 무주 지역의 아름다움을 서정적으로 읊고 있다.

[의의와 평가]

무주 지역을 소재로 한 제영시에는 두 갈래의 양가적 화자 의식을 보여 준다. 첫째, 신선이 사는 아름다운 무릉도원[신선굴]같은 무주현에서 잠시 편안히 쉬면서 마치 신선이 된 듯함을 만끽하며 속세를 털어버리는 심리이다. 둘째, 만끽하는 심리와 반대로, 깊고 깊은 산골 무주에 갇혀 있는 듯한 답답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를 내포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무주는 세월을 잊고 지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이상향’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편에는 ‘귀양지’의 이미지로, 귀양지를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가서 명리를 추구하고 싶은 심리를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이렇게 머물고 싶기도 하고, 떠나고 싶기도 하는 양가적 감정은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일 수 있는데, 무주 제영시는 이러한 양면적 감성을 비유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무주의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드러내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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