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충청남도 당진시 고대면 당진포리 온동 마을의 용샘과 온동 저수지에 전해 오는 이야기.

[개설]

「여우와 하인 곰쇠 전설」에는 충청남도 당진시 고대면 당진포리의 용샘과 온동 저수지가 만들어진 유래가 담겨 있다. 여자로 변신한 여우에게 홀린 곰쇠가 여우와 입을 맞추다가 구슬을 삼켜 땅의 이치를 알게 된다. 이로 인해 곰쇠는 비록 신분이 낮고 얼굴에 장애가 있지만 땅 밑의 물길을 알게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간다. 곰쇠 덕분에 마을에는 용샘과 온동 저수지가 생긴다. 소문을 들은 이웃에서도 곰쇠에게 도움을 청해 샘을 파 주었지만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실망한 곰쇠가 물길을 막아 버리고 만다. 「여우와 하인 곰쇠 전설」은 여우의 출현과 여우에게 신이한 능력을 받게 된 인간으로 인해 생겨난 지명 유래를 보여 주는데, 이는 전국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접할 수 있는 전설이기도 하다.

[채록/수집 상황]

「여우와 하인 곰쇠 전설」은 1979년 10월 31일 충청남도 당진군 당진읍 원당리 2구에서 이송우[남]로부터 채록하였으며, 이는 『당진군지』(당진군, 1997)에 수록되었다.

[내용]

옛날 당진의 고대면 당진포리에 곰쇠라는 하인이 살았다. 곰쇠가 글을 읽으러 안장 마을을 지나는데 웬 색시 하나가 나타나서 놀다가 가 버렸다. 그 색시는 날마다 같은 시간에 나타나 곰쇠 입에다 구슬을 집어넣으며 희롱했지만 곰쇠는 영문을 몰랐다. 어느 날 곰쇠가 주인마님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그 색시가 본디 사람이 아니라 여우인데 그 구슬을 입에 넣으면 얼른 꿀꺽 삼키라면서 그런 다음 하늘을 쳐다보면 천문 지리에 능통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다음 날 곰쇠가 글방을 갔다 오니 그 색시가 또 나타나서 산속으로 따라 들어오라고 했다. 색시가 먼저처럼 구슬을 제 입에 넣었다가 빼더니 곰쇠의 입속에 집어넣었다. 곰쇠가 마님이 시킨 대로 구슬을 냅다 빼앗아 꿀꺽 삼키고는 하늘을 쳐다보려니까 색시가 어느새 여우로 변해 곰쇠의 얼굴을 발로 싹싹 할퀴었다. 그러는 바람에 곰쇠는 땅을 내려다보고 엎드리게 되었다. 그 뒤부터 곰쇠는 하늘의 이치는 못 보고 땅의 이치만 보게 되었다. 어느 날 곰쇠가 주인의 말을 끌고 먼 길을 떠났는데, 주인이 이삼십 리나 되는 길에 갈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허허벌판뿐 물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결국 곰쇠에게 물을 청하자 곰쇠는 물 위에 서서 물을 찾는다고 핀잔을 주었다. 어리둥절해하는 주인을 위해 말채찍으로 바닥에 구멍을 뚫으니 맑은 물이 솟구쳤다. 이 물이 용샘이 되었고, 그 아래 온동 저수지가 축조되었다고 한다. 곰쇠의 신통력이 알려지자 이웃 마을 사람들이 달려와 자기네 마을은 물이 없어서 농사를 짓지 못하는데 물을 대어 주면 물세를 주겠다고 애원을 했다. 곰쇠는 물세를 받기로 약속하고 그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 지팡이로 한 곳에 구멍을 뚫으니 물이 솟아올랐다. 마을 사람들이 그곳을 넓게 파니 도랑물처럼 물이 솟아 나왔고 이내 큰 저수지가 되어서 그곳 사람들은 그해부터 농사를 잘 짓게 되었다. 가뭄 걱정은 사라지고 평안한 날들이 찾아와 연거푸 다섯 해나 풍년이 들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물세는 고사하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곰쇠는 화가 치밀어 돌로 물구멍을 막아 버렸다. 물은 더 나오지 않았고 저수지는 점점 말라 그전처럼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었다. 그 후 곰쇠는 죽고 이 마을은 영영 저수지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고 전한다.

[모티프 분석]

「여우와 하인 곰쇠 전설」의 주요 모티프는 ‘여우 출현’과 ‘지명 유래’이다. 여우는 보통 변신을 통해 사람을 홀리고 괴롭히는 동물로 등장하고 이 과정에서 여우와 통정한 사람이나 여우 구슬을 삼킨 사람이 땅의 이치를 알게 되어 신통한 능력을 갖게 되곤 한다. 「여우와 하인 곰쇠 전설」에서도 여우에게 신통한 능력을 받게 된 곰쇠로 인해 샘과 저수지가 만들어지고, 지명 유래담으로 연결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